사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사이트 Dart (http://dart.fss.or.kr/)에 가면 웬만한 회사 재무제표를 언제나 볼 수 있습니다. 아파트 등기부등본 열람은 700원 수수료를 내지만, 상장사 2,600여 개를 비롯해 자산 120억 원 이상의 약 29,000여 회사 재무제표를 무료로 다운 받을 수 있습니다. 로그인조차 필요 없습니다. 다트는 1년에 1억 뷰가 넘으며, 1천만 명이 접속하는 사이트입니다. 외국인들도 143만 명이나 Dart를 이용한다고 합니다. 재무제표는 공개된 자료임에도 불구하고, 활용성이 떨어집니다. 심지어 다트를 모르는 이도 있습니다. 만약 이런 사실을 알고도 재무제표를 읽지 않았다면, 남들은 다 무료로 잘 활용하고 있는 기업 정보에 뒤처지는 셈입니다. “회계가 어려워서 그렇다.” 포기하지 말고 아래 3가지 ‘재무제표 쉽게 읽는 꿀팁’을 한 번 따라 해보길 권합니다.
회계지식이 전혀 없어도 상관없습니다. 그저 숫자 세기와 약간의 OA 능력만 있으면 충분합니다. 꿀팁의 목표는 재무제표에서 매출액,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정도만 보는데 그치지 말고, 기업의 재무 상태를 대략 파악하는 수준까지입니다.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재무정보를 고차원적으로 분석하지 들지 말고 그냥 ‘재무제표 읽기’ 해봅시다.
무조건 숫자가 큰 항목에만 눈길을 줍니다.
가장 먼저 나오는 재무제표가 바로 자산, 부채, 자본을 알려주는 ‘재무 상태표’입니다. 재무 상태표는 수십 개의 항목(계정과목)이 등장하고, 각 칸마다 숨 막히게 숫자가 다닥다닥 붙어 있습니다. 계정과목을 몰라도 됩니다. 자산총계 크기(숫자)를 확인한 후 그다음으로 큰 숫자 항목을 찾아 밑줄을 긋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LG 헬로비전을 사례로 들겠습니다. 특별한 이유는 없습니다. 저도 잘 모르는 회사인데 재무제표만으로 어디까지 이해해 볼 수 있는지 보여드리고 싶어서 무작정 골랐습니다.
큰 숫자에 주목하기 : 재무 상태표의 가장 큰 숫자는 자산, 부채, 자본의 총계입니다. FY19 연결 재무제표 기준 LG 헬로비전의 자산총계는 1조 7,906억 원이며, 부채 8,393억 원 자본 9,513억 원입니다. 그 외 자산항목 중에 숫자가 가장 큰 것은 유형자산 6,646억 원, 그다음으로는 영업권 4,903억 원입니다. 다 보지 않습니다. 큰 거 2~3개만 체크해서 봅니다. 부채 쪽은 유동성 장기부채 3,346억 원이 가장 큰 숫자입니다.
★LG 헬로비전은 자산(약 1.8조 원) = 부채(8,393억 원)+자본(9,513억 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유형자산과 영업권이 이 회사를 구성하는 비중 높은 자산입니다. 숫자로 그렇게 보입니다.
논리는 간단합니다. 회사를 구성하는 자산 중에 숫자가 클수록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물론 다 적용되지는 않지만, 처음 보는 회사 재무제표를 볼 때는 이 기준으로 접근하면 70~80%는 맞습니다. 파악이 빨라집니다. (재무제표 읽기도 Speedy!)
큰 숫자 항목의 ‘주석’을 꼭 찾아봅니다.
회사를 움직이는 중요한 숫자인데 무슨 일을 하는 숫자인지 힌트를 얻는 것입니다. 큰 숫자니 회사가 추가로 주석에 설명을 적어 둡니다. 보통 주석 페이지가 70~80장이 넘습니다. 일일이 침 묻혀 넘기지 말고, DART 화면에서 ‘Ctrl + F key’를 눌러 검색 창을 이용합니다. 엔터 키로 탁탁 넘기면서 주석에 언급된 내용을 훑어봅니다. 걸리는 게 분명 나타납니다.
2 단계 주석 찾아보기: 주석 14번 유형자산을 찾아보니, 유형자산 중에서도 기계장치가 5,411억 원입니다. 주석(유형자산과 영업권)을 통해 추측하건대 LG 헬로비전은 유선방송 사업을 하며, 기계장치(유선방송 관련 장치)가 중요하고, 또한 그간 지역 유선방송 사업체를 인수하면서 규모를 키워온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영업권 관련 문구를 보니 ㈜하나방송 사업 결합 시에 발생했으며, 조금 거슬러 2017년 재무제표 주석에서 “하나방송 253억 원에 인수했다”라는 사실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지역 방송사를 인수하면서 영업권 4,903억 원이나 쌓은 걸 확인합니다.
재무 상태표 큰 숫자와 손익 정보(매출액,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으로 표를 만듭니다.
회사를 1년 치 숫자로만 파악할 수 없습니다. 1년 치 또는 한 시점만의 재무제표로 판단 내리면 안 됩니다. 최소한 지난 몇 년간 어떤 흐름으로 숫자가 변화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모든 숫자를 다 일일이 표로 만들지는 않습니다. 큰 틀만 대충 보는 느낌으로 표를 만듭니다. 만들어 보시면, 이것만으로 놀라운 결과를 얻어 낼 수 있습니다.
데이터 분석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가장 흔히 손쉽게 추세분석(Trend analysis)을 우리는 즐겨 합니다. ‘과거의 수치가 앞으로 계속되리라는 가정 하에 시간의 순서대로 데이터를 나열해, 변화의 방향을 탐색하는 방법입니다. 재무제표 숫자로 표를 만들면 기업 추세분석 자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큰 숫자를 통해 항목을 정하고, 주석을 통해 어떤 활동인지 알아내고, 그 숫자의 몇 년 치를 순서대로 나열해 그동안 어떻게 기업이 경영해 왔는지 눈으로 볼 수 있습니다.
★LG 헬로비전의 유형자산은 큰 변화가 없는데, 영업권은 줄었습니다. 매출액 규모는 비슷합니다. 그런데 영업이익은 하락, 당기순이익은 2019년 (942)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습니다. 표를 통해서 바로 드러납니다. LG 헬로비전은 분명 2019년에 변화가 있고, 그 변화의 영향으로 자산 중에 영업권이 줄었으며, 손익에 나빠졌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단지 재무제표 숫자를 읽어서 낸 소결입니다.
정리하면, 회계지식이나 재무제표 보는데 익숙하지 않는 분이라도 이 방법으로 낯선 회사의 재무제표를 읽어 볼 수 있습니다. 큰 숫자를 찾고, 모르는 회계 용어는 포털 검색창을 통해 이해합니다. 그리고 간략한 표를 만들어 그 숫자들의 움직임으로 상황이 어떤지 추론해봅니다. 직접 해보면 재무제표 읽기는 간단하지만 많은 영감을 가져줍니다. 숫자 뒤에 이야기를 생각하게끔 만듭니다.
시간을 좀 더 들여, 온라인상에 나오는 회사 관련 정보를 모아보면, 숫자가 가진 의미가 더 명확해지는 경험도 할 수 있습니다.
★LG 헬로비전을 검색해 보니 다음과 같은 사항을 알 수 있었습니다. LG 헬로비전의 전신은 1995년 국내 최초로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로 인가받은 한국통신 케이블 TV라고 합니다. 이게 우여곡절 끝에 CJ그룹의 CJ헬로비전으로 있다가 2015년 SK텔레콤에서 인수 의지를 표명, 진행 → 불발 이후 2019년에 최종적으로 LG U+와 CJ와 M&A를 추진하기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8,000억 원에 지분 50%와 경영권 인수 그리고 CJ헬로에서 LG 헬로비전으로 사명 변경을 완료한 상태입니다. 배경지식을 조금 쌓고 보니, 2019년의 영업이익 하락과 당기순이익 적자가 조금 더 이해가 됩니다. 2019년에 영업권 손상차손이 988억 원이 있습니다. LG U+로 넘어가기 전에 자산 중에 문제 있는 것은 정리를 했을 것입니다. 회사가 팔려 가는 중인데 매출은 어느 정도 유지가 되어도 이익을 챙기기가 힘들었을 것입니다. 2020년 2개 회사가 시너지를 내기를 기대합니다.
재무제표 읽는 꿀팁입니다. ① 큰 숫자, ② 그 숫자의 주석 그리고 ③ 표 만들기입니다. 감사합니다.